[인터뷰] 카라를 다시 회원의 품으로: 어느 10년 차 활동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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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한 사람들] 고현선 민주일반연맹 민주일반노조 카라지회장
[노말한 사람들]은 ‘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직접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다. 노동자들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투쟁의 이유와 그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지역과 업종, 노조는 달라도 우리가 함께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나는 처음부터 사회운동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일반 기업에서 약 7년 동안 홍보 일을 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하는 말과 실제 생각 사이의 괴리를 느끼게 됐다. 일을 하며 스스로가 바뀌어 가는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지배 구조를 옹호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결국 그런 환경 속에서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두려움이었다.
부채감에서 시작된 10년의 활동
그런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약 1년 동안 중남미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그곳에서 원래 그 지역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점점 밀려나고, 외부 자본이 지역의 자산과 자연을 함께 파괴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런데 동시에 나 같은 여행자 역시 그런 구조를 유지시키는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힐링을 위한 소비가 자연 파괴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고, 막연하게나마 “자연에 빚진 것을 사회운동으로 갚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약 3년 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직업을 바꿔야 할 시기에 우연히 카라 공고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강한 사명감보다는 예전에 품었던 생각과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지원했다.
카라에서 활동가로 10년을 보내며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활동을 시작한 뒤에야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고민하게 됐고, 어떤 입장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됐다. 나를 진정한 활동가로 성장시켜 준 곳이 카라였고, 그 과정에서 만난 동료들과 경험은 지금도 매우 중요한 의미로 남아 있다.
이상 징후와 무너지는 의사결정 구조
그런 카라에 문제가 있다고 처음부터 느낀 건 아니다.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이건 좀 이상하다’는 감각이 계속 쌓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인사평가 제도와 관련된 일이었다. 카라 내 쌍방 평가를 도입하면서 서로의 평가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그리고 한 활동가가 상급자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를 했다가 이후 큰 압박을 받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의 젊은 활동가였는데, 상급자 당사자와 대표가 그 활동가를 불러 평가에 대해 질책했고, 그 이후로 괴롭힘이 시작됐다. 팀장 회의에서는 특정인을 겨냥한 비난이 이어졌고, 그 활동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회의 도중 울면서 뛰어나와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 생겼다. 그런데도 그 일에 대해 조직 차원의 문제 제기는 전혀 없었다.
또 외부 단체 관계자가 내부로 들어와 활동가들을 소집해 질책하는 일이 있었는데, 대표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내부 활동가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오히려 방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직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조직 구조도 점점 바뀌었다. 전체 회의가 사라지고 팀장 회의도 없어졌다. 대신 기존에 없던 그룹장 체제가 만들어졌고, 의사결정은 소수에게 집중됐다. 활동가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는 사라졌고, 결정 과정도 점점 불투명해졌다.
고용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원래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었지만, 점점 계약직이 늘어나고 심지어 1개월, 3개월 단위 계약이 반복되는 구조로 변했다. 어떤 경우에는 1년 계약 이후 다시 3개월 계약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이 반복되다 보니 활동가들은 항상 자신의 거취를 걱정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조직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 어려워졌다.
현장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대형 구조가 진행됐지만, 그에 필요한 인력과 공간, 예산에 대한 충분한 계획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원이 300마리 정도인 시설에 500마리가 수용되었고, 그로 인해 동물들이 장시간 갇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원 이상으로 관리하다 보니 충분한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의료 대응도 제때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동물이 죽는 일도 있었다.
예산 역시 동물을 위한 부분은 줄어든 반면, 노무나 법률 대응, 인사 관련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인사팀 인력은 늘어나고, ‘노조 대응 경험자 우대’ 같은 문구가 채용 공고에 적혀 있었다. 이런 변화들을 보면서 조직이 점점 통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노조 결성, 그리고 본격화된 탄압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도 처음부터 노조를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초부터 활동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우리 조직이 좀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각자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다른 단체의 사례를 공부하기도 했다. 작은 모임에서 시작해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다 보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모임이 확장됐다.
처음에는 약 10명 정도가 모여 자체 스터디와 교육을 진행하고, 조직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활동가로부터 ‘지금 상황은 노조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는 조언을 듣게 됐고, 그때부터 노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활동가가 노동자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결국 2023년 8월 민주노총 상담을 받고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노조를 결성한 이후 탄압이 본격화됐다. 교섭 요구를 하기 전부터 이미 인사 발령이 있었고, 나는 출퇴근에 3시간 반이 걸리는 파주로 발령이 났다. 교섭 요구 이후에는 간부들에 대한 인사위원회와 징계가 이어졌다. 노조 가입 여부를 중심으로 한 인사 조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무렵 ‘카라노조 팩트체크’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만들어져 활동가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특정 인물을 지목해 공격하는 이미지까지 올라왔고,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기 힘든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해당 계정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됐고, 행정소송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유사한 형태의 공격은 반복됐다.
카라를 되돌리기 위한 싸움의 장기화
원치 않았으나 결국 투쟁은 장기전으로 접어든 상태다. 나를 포함한 많은 활동가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연대해 주는 시민들과 회원들 덕분이다. 함께 목소리를 내주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
이 싸움을 하면서 가끔은 차라리 카라가 무너지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카라’라는 이름으로 쌓아온 시간, 사람, 기록이 너무 값지다. 활동가와 시민, 회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온 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싸움은 단순히 노조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카라를 다시 시민과 회원의 조직으로 되돌리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들도 함께 보고 있는 시민단체의 민주화 문제다. 활동가들이 조직 운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통제 중심의 구조로 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카라의 주인은 회원들이고, 그 회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노조만의 싸움이 아니라 회원들과 함께 카라를 다시 세우는 싸움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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